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캘리포니아 라이프

미국의 모순

2016년 6월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났었다. 그 때 49명이 죽었다. 신문에는 미국 역사상 ‘최악’의 참극이라고 했었다. 최악의 참극 ‘기록’은 오래 가지 않았다. 어떤 살인자는 ​“더 많은 사람을 죽이면 더 유명해진다”고 말했다.

며칠 전 라스베가스에서 ​​스티븐 패덕은 야외 콘서트 장에 모인 2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향해 자동화기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. ​​59명을 죽였고 그리고 500명 이상에게 총상을 입혔다. 이제는 이게 최악의 참사가 되었다. 다음에는 누가 ‘더 최악’의 참사를 기록할까? 얼마 못가서 60명 이상을 죽이는 ‘참사’가 일어날까봐 몸이 오싹할 정도로 두렵다.

​미국이란 나라는 강력한 경찰과 또 세계최강의 군대를 갖고 있다. 더군다나 아주 잘 조직된 FBI가 있고 또 CIA가 있다. 어느 누가 감히 미국을 침략하겠는가? 미국은 잘 보호되어 있는 가장 안전한 나라이다.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. 미국시민들은 정부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. 미국시민들은 ‘자기와 가족 보호’를 위해서는 각자가 총을 소유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. 참 어처구니없는 시민들이다.

“민간인은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”는 수정헌법 제2조는 1791년에 만들어졌다. 그 당시만 해도 미국의 경찰은 아주 약했다. 군대도 없었다. 외국으로부터 침입을 받을 경우, 민병대원들이 나가서 국방을 해야만 했었다. 제2대 존 애덤스 대통령(1797-1801) 때 군대를 창설했다. 물론 그 당시 FBI나 CIA는 없었다. 그래서 민간인들이 총을 소유하는 것은 아주 당연했었다.

지금은 시민들이 총을 소유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. 그런데도 시민들은 총을 소유하고 있다. 시민들이 총을 소유하고 있기에, 총알이 언제 어디에서 날라 올지 몰라 시민들은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다.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조직 중 하나가 바로 ​NRA(미국총기협회)이다. 이 조직은 개인이 총을 소유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. 라스베가스 총기참사 범인 패덕도 41정의 총을 소유하고 있었다.

민주당에서는 총을 개인에게 팔 때, 그래도 뒷조사를 해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만 총기를 판매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. 하지만 공화당은 미국총기협회(NRA)의 조종아래 총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기관총이든 자동화기 등 무조건 판매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.

라스베가스 참사 후 트럼프 대통령은 “살인자, 그는 미쳤고 머리가 돈 사람이야”라며 마치 남의 일이나 되는 듯 말했다. 그렇다면 미친 사람이 총을 소유할 수 없도록 총기규제를 해야 할 게 아니겠는가? ​​하지만 트럼프는 “지금은 바빠 총기규제를 논할 때가 아니다”라며 회피해버렸다.

가장 강력한 경찰과 군대를 갖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‘불안전과 위험’을 느낀다는 점은 정말 큰 모순이다. 가장 부자나라이면서 세계에서 ​​가장 빚이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. 가장 돈을 잘 버는 나라가 미국이면서도 ​의료보험이 없는 나라가 또한 미국이다.

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해내는 나라가 미국이다. 그런데도 기후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파리 협정에서 ​​탈퇴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. 내가 보기에, 미국은 모순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.

글/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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​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.....